오락가락 수급 선정… 이의신청 사유 ‘부양의무자기준’ 제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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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0-11-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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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초생활수급 관련 이의신청 중 ‘부양의무자기준’ 사유 가장 많아
담당 공무원의 재량 남용 심해 “수급자 향한 태도 개선·지생보위 활성화 필요” 
매년 반복되는 문제 개선 위해서는 재정 절감보다 최저생활 보장 중요시해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이 시행된 지 벌써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수급을 받기 위한 과정은 지난하다. 처음 주민센터에 문 두드린 순간부터 수급을 받기까지 한 사람의 일생이 적힌 수많은 서류와 행정과정을 통해 가난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과 잠깐 통화했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도 모르는 부양의무자의 재산이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예상치 못한 이유들로 억울하게 수급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때 수급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 제도는 수급자나 급여·급여변경을 신청한 사람이 시장·군수·구청장의 처분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보장기관을 거쳐 시·도지사에 서면이나 구두로 이의를 신청하는 제도다. 이후 해당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90일 이내에 다시 시·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자치구를 거쳐 서울시로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총 85건이다. 여기서 이의신청 ‘사유’는 총 113건인데 부양의무자기준 관련 사유가 46건으로 가장 많다.

이러한 이의신청 과정과 사유를 짚어보면 그동안 기초법을 둘러싸고 어떠한 문제들이 주요하게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기초법 시행 20년을 맞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변화와 쟁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전가영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이의신청제도와 사례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쟁점을 짚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2013년부터 서울시와 연계해 기초생활보장 이의신청 건에 대해 소속변호사가 시·구 공무원과 공동으로 수급자 자택 등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이의 신청의 근거를 확인하고 자문의견서를 제출하는 법률자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총 113건의 이의신청 사유 중 독보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사유는 ‘부양의무자기준’”이라며 “판단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재량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이의신청이 많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하면서 담당 공무원이 판단과정에서 재량을 남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사례를 소개했다. 

전가영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전가영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연락 한 번 했다고 가족관계 단절 인정 안 돼… 담당 공무원 따라 다른 처분 

2016년 신청인 A씨는 수급신청을 하며 부양의무자의 부양거부·기피를 주장했다. 그러나 담당 행정기관(처분청)은 가족관계 단절을 부인하고 부양의무자 가구가 재산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수급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당시 담당기관은 12년 전까지 신청인과 부양의무자가 동일 주소지에 있었고 5년 전 만남이 있었다는 이유로 가족관계의 단절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A씨가 이의신청을 하자, 서울시는 ‘신청인이 어린 시절 부양의무자의 재혼으로 떨어져 생활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 부양의무자를 떠올리기도 싫어하는 점, 부양의무자는 신청인에게 연락조차 없고 금전적 도움을 전혀 주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전 변호사는 “최초 담당기관에서 가족관계 단절을 부인하며 제시한 근거들은 어딘가 많이 빈약하다. 담당공무원이 신청인과 제대로 면담을 진행하지 않고 재량을 남용해 성급하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 변호사는 신청인이 처한 상황이 거의 동일했지만, 담당 공무원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나온 두 이의신청 사례를 설명했다. 

먼저 2013년 신청인 B씨는 수급신청 과정에서 가족관계 단절을 주장했지만, 담당 행정기관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수급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B씨는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자녀는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게 되어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당 행정기관은 ‘B씨가 자녀의 건강보험 직장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고,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자녀와 통화이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에서도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 변호사는 “최근 6개월간 1~2차례 통화한 것으로 가족관계 단절을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은 최초 한번 등록을 해두면 계속 등재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판단하는 것도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2019년, 신청인 C씨는 B씨와 같은 상황에서 이의제기했지만,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다. 담당 행정기관은 부양의무자의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상 C씨가 피부양자로 등재된 사실을 확인하자, C씨에 대한 급여를 중지했다. 이에 신청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서울시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재는 신청인의 모친에 대한 피부양자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본인도 부양가족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추측된다’면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아울러 C씨가 부양의무자에게 연 1~2회 정도 문자메세지를 보낸 사실을 담당 행정기관이 근거로 제시하자, 서울시는 ‘그 내용이 부양의무자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며, 이에 대해 부양의무자가 답신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행정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변호사는 “시민단체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자 부양의무자에 대한 담당공무원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2019년 사례와 비교해 볼 때 2013년 사례는 당시 담당 행정기관과 서울시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구원 수 산정, ‘사실혼’은 쉽게 인정하면서 ‘사실상 이혼’은 인정 안 해

‘가구원수 산정’과 관련한 이의신청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실혼’과 ‘사실상 이혼’ 인정여부는 소득인정액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혼 관계가 인정될 시 사실혼 관계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며, 사실상 이혼이 인정되면 법률상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가구원수에서 제외되어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사실혼 관계는 인정되기 매우 어렵지만, 수급 신청 과정에서는 종종 인정되고 있다. 반면 ‘사실상 이혼’의 경우 서울시에 4건의 이의신청이 있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 예로 2019년 수급권자인 E씨가 사실상 이혼을 주장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서울시는 ‘E씨가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무효 소송 및 이혼소송이 기각된 점’ 등을 들어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혼인 무효·이혼 소송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구에서 실제 서로가 서로를 부양하고 생활 지지기반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지 않은 표면상 판단이었으며,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라고 비판했다.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주관으로 기초법 시행 20년을 맞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변화와 쟁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하민지1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주관으로 기초법 시행 20년을 맞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변화와 쟁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하민지

공무원 재량 줄이는 것만이 답 아냐… 수급자 향한 인식 개선·지생보위 활성화해야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무원의 재량 행사를 줄이는 것이 해답일까? 전 변호사는 “재량의 여지를 넓혀 담당 공무원에게 중요한 판단을 일임하는 것도, 재량의 여지를 좁혀 담당 공무원이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없게 하는 것도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즉, 해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아래 지침)는 두꺼워지고 복잡해지지만,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을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고, 많은 사안들을 제한하려다 보니 오히려 사각지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침에서는 재산가액에서 차감하는 부채의 범위 중 개인 간 사채에 대해 ‘법원 판결문으로 확인된’ 사채만을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매달 일정금액을 상환하거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통장내역이 있더라도, 단지 ‘법원 판결문’이 없다는 이유로 부채를 인정받을 수 없다. 월세 공제도 마찬가지다. 과거 부양의무자의 실제 소득 차감 및 제외 항목에 월세 공제가 포함되지 않는 문제가 제기되자, 복지부는 지난 2014년 지침에 ‘부양의무자 본인 주거용 월세’에 대해 20만 원 이내에서 차감하도록 규정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단서조항들만 길게 덧붙여졌다. 

따라서 전 변호사는 “결국 해답은 재량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침에 여지를 두되, 재량행사를 담당 공무원 1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다수의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아래 지생보위)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생보위는 기초생활보장사업의 기획·조사 실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복지부와 시·도 및 시·군·구에 설치되어 있다. 

지생보위에서는 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해야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대면 심의에 대해서는 연간 2회 이상 개최하는 기준을 두고 있어 대부분 서면 심의로 진행된다. 따라서 전 변호사는 “지생보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월 개최 횟수를 늘리고, 공정한 검토를 위해 외부 전문가 위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수급권자를 부정수급자로 보는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혜림 성북주거복지센터 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유혜림 성북주거복지센터 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매년 되풀이되는 제도의 문제, “재정 절감보다 입법 목적인 최저생활 보장해야”

이러한 발제를 듣고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설명하며, “신청인이 추후 법원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걸 고려하면 지생보위 심의가 중요하다. 그러나 개별사례를 단지 형식적으로 처리할 우려가 있는데 실제로 심의에서 인용건수는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이에 전 변호사는 “부양의무자기준과 관련해 지생보위 심의 건수도 많고 인용률이 높다. 그러나 서울시도 자치구별로 편차가 너무 심하고, 이의신청을 지생보위에 상정하는 경우도 다 다르다”라며 “성북구의 경우 지생보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그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편이다. 이처럼 대표적으로 잘 되는 사례를 꼽아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제도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작업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마침 토론에 참여하던 유혜림 성북주거복지센터 팀장도 성북구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성북구에는 공공임대주택 중 재개발 임대아파트가 많다. 이곳에 사는 수급자분들은 관리비가 주거급여에 포함되지 않아 매년 동절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생계비로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겨울철에는 주거비 부담이 두 배가 되어 관리비가 체납되는 분들이 많다. 또한 부양의무자기준에 걸려 갑자기 생계급여가 중단된 분들도 매년 똑같이 만나고 있어 이분들에게 이의신청을 도와드리고 있다”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20년을 맞이한 제도인데도 여전히 담당자의 이해에 따라 당락여부가 결정된다. 그래서 이런 응대를 통일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를 지침에 규정해두어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 변호사도 이러한 고민에 공감하며 “신청인이 얼마나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이의신청 결과도 달라져 가혹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수급자가 행정기관에 찾아가면 공무원은 마음을 잘 열지 않지만, 외부기관에서 공무원에게 검토를 요청하면 더 협조적이다. 이의신청에서도 지생보위처럼 전문가가 관여할 수 있는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물론 제일 첫 단계에서 공무원에게 인권 관점의 윤리교육이 동반되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수급자의 권리보장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지침 규정을 제대로 배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신청인이 제도에 대해 잘 알고 요청하면 이의신청을 받아주고, 잘 알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못 하거나 안 받아주기도 한다. 또한 수급탈락한 신청인이 지생보위에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공무원이 부양의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말해 반려되는 사례도 있었다”라며 “지침에 없는 규정을 말하거나, 지침에 규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생보위와 관련한 규정이 지침에서 중구난방으로 배치되어 있어 찾기 어렵다. 지침 내용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마치 ‘재정 절감은 공익이고 기초생활 보장은 사익’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목적 자체가 최저생활의 보장이고 이는 곧 공익’이라고 이해를 한다면, 재정 절감은 기초법 제도의 목적도 아닌, 재정 당국의 입장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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